필리핀 세부 여행 후 한국을 경유하면서 쌀을 구매해 간 일본인의 ‘무거운 여행’이 화제다. 이런 특별한 여정의 배경에는 최근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일본의 쌀값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 A씨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일본에서 쌀이 비싸기 때문에 한국에 온 김에 쌀을 사서 가기로 했다”며 “서울에서 백미 4㎏과 현미 5㎏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A씨는 “슈퍼마켓의 쌀값을 조사한 결과 일본에서는 쌀 10㎏이 약 8000엔(약 8만원)이지만 한국은 3000엔(약 3만원) 수준”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쌀값 차이를 짚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2024년 국내산 햅쌀 가격은 대부분 2만7000~3만9000원 사이다.
쌀을 무사히 일본으로 가져간 A씨는 “쌀이 무거워서 운반이 힘들었지만 운동한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일본인들 사이에서 해외 쌀 구매가 비교적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A씨 말처럼 일본의 쌀값은 1년 만에 2배 넘게 오른 상황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3월 일본의 전국 소매상에서 판매 중인 쌀의 평균 가격은 5㎏ 기준 4206엔(약 4만2000원)이다. 이는 2024년 같은 달 가격의 2배가 넘는 수준인 동시에 농림수산성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오름세를 탄 쌀값이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 쌀값 폭등의 원인은 ▲이상고온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 가격 급등의 대안으로 쌀 소비 증가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으로 관광객이 늘면서 쌀 소비 증가 ▲가격 인상을 노린 사재기 등으로 분석된다.
쌀값 대응을 위해 일본에서는 3월에만 약 21만t의 비축미가 풀렸고, 이달 하순에도 10만t의 추가 방출이 예정돼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쌀값 동향을 주시하고 있고 필요하면 추가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A씨처럼 국내에서 쌀을 구매해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공항에서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A씨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동·식물 수출 검역 신고센터에서 관련 서류를 작성한 후 쌀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역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고 30분 정도 걸렸다”며 “구입한 쌀을 한국과 일본 공항에 모두 신고해야 해서 조금 귀찮았지만 뭐든지 경험”이라고 말했다.
출처 : 농민신문(https://www.nongmin.com)